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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높은 곳을 향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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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생활은 먼 길 가는 나그네처럼 고단하고 힘들다. 그래도 우리에게 소망이 있는 것은 고난은 잠시일 뿐 아침안개처럼 스러져 지나가는 것이고 유한한 존재인 우리에게 영원에 잇대어 살게 하시는 천국의 약속을 믿기 때문이리라.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주님과 동행하며 한걸음씩 나아가는 이런 우리 삶의 여정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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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파르 프리드리히, 산속의 십자가, 1807년, 유화, 드레스덴 국립미술관
독일 낭만주의 대표적인 작가인 카스파르 프리드리히 (Caspar Friedrich, 1774~1840) 의 <산속의 십자가>를 이런 시각에서 보고자 한다. 언덕 위에 십자가가 높이 서 있지만 이 그림은 십자가만을 강조하지 않고, 조명과 같은 밝은 빛이 하늘로 힘차게 뻗어 나가고 산위에는 희망을 상징하는 여러 그루의 전나무들을 그려 넣음으로써 우리의 시선을 산 위, 그 너머의 저 높은 곳을 향하게 한다. 프리드리히는 단순히 사실적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자연의 묵상을 통해 종교적인 자아를 발견했고 이를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작품으로 승화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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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미 , Overflow, 2010년, Acrylic, 작가 소장
한편 한국의 정경미의 도 이런 시각에서 볼 수 있다. 앞의 그림과 달리 여기서는 보다 큰 산이 화면가득 자리 잡고 있고 여러 계곡들이 편안한 계단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오르기도 하고 또 내려가기도 하는 계단의 의미를 부각시킨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이 계단을 통해 푸른 바다색으로 표현된 맑은 물이 계단을 타고 넘쳐흘러 바위 위에도 풍성히 흘러내리고 있다. 마치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의 강 같은 하나님의 은혜처럼... 에스겔 47장에 하나님이 에스겔에게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이 바다에 이르는 것을 보여주시며 “이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번성하는 모든 생물이 살고 또 고기가 심히 많으리니... 이 강이 이르는 각처에 모든 것이 살 것이며” 라고 하였듯이 우리는 이러한 주님의 은혜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계단의 이미지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일본의 효고 현립미술관에 있는 긴 계단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일반적으로 기독교 미술이 인물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것과 달리 이 두 작품은 모두 풍경화를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다. 프리드리히의 작품은 예수님의 십자가에 초점이 주어졌던 이전의 그림과는 달리 드넓은 하늘과 우뚝 솟은 산, 전나무들, 그리고 하늘로 향한 넓고 밝은 빛의 띠를 통하여 주님께로 향하는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는 듯하다. 프리드리히는 생전에 “화가는 단순히 자기 앞에 보이는 것만을 그릴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보이는 것도 그려야 한다. 따라서 눈을 감고 영적인 눈으로 자연을 바라봐야한다” 고 말하였다. 정경미 작가는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하나님의 손길을 주로 그리고 있는데 여러 개의 창문들을 통해서도 이를 표현하고 있다. 하나님의 은혜를 일상적인 작고 세밀한 부분까지 느끼며 이들을 영적인 눈에 보이는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한다. 우리의 삶의 모습들은 이 흘러내리는 물로 인해 생명을 이어가며 살아가는 작은 물고기와 같은 것이 아닐까? 위로부터 흘러내리는 하나님의 하염없이 큰 사랑과, 저 높은 곳으로 끊임없이 향하는 우리의 그 사랑에의 응답이 마치 푸른 계곡 바위에 부딪치며 만들어지는 맑은 물소리처럼 사랑의 교향곡이 되어 들려진다.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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